지역 재활용 센터는 가끔 가다 보물을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변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처리할 때만 찾지만, 나는 쓸만한 물건이 있나 하고 자주 찾는다. 마침 여름도 되고 해서 선풍기 하나 구할까 하고 왔다가 멀쩡한 컴퓨터가 한대 놓여있는 걸 보게 되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관리인 아저씨한테 담배 한갑에 곱게 모시고 올 수 있었다. 물론 선풍기는 덤으로 가져왔다.
컴퓨터는 누가 버린 거라고 보기에는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다. 국내에서 그래도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 제조한 거라 디자인도 좋았다. 하지만 중고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처음 부팅을 시도했을 때 컴퓨터는 특유의 윙 하는 소리만 내고 그대로 멈춰 버렸다. 선풍기와 함께 가져오느라 피곤하기도 해서 다음날 손보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조용히 윙하는 소리가 들렸다. 잠결이라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잠을 계속 청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시 딸깍딸깍 하는 소리가 났다. 컴퓨터가 생각났다. 마치 하드디스크가 에러 났을 때 나는 소리 같았다. 전원을 그냥 켜두고 잠들었나 하는 생각이 나서 일어났다. 불을 켜고 컴퓨터를 살펴 보았지만 전원 플러그도 빠져 있고 LED에도 불이 들어와 있는 곳은 없었다.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없어서 그냥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아직 새벽 세 시도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잠이 들고 얼마 후 다시 윙하는 소리가 들렸고 이어 딸깍딸깍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뭔가 이상해서 몸을 일으키지도 못한 채 눈만 가늘게 뜨고 컴퓨터가 있느 쪽을 슬쩍 바라봤다. 그 순간 모니터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 나오며 파랗게 충혈된 두 눈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나는 바로 감전된 듯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음날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컴퓨터를 다시 재활용 센터에 돌려주고는 그 다음부터는 발길을 끊고야 말았다. 그런데 내가 컴퓨터만 가져 왔던가?
0 개의 댓글:
댓글 쓰기